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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억 적자도 품은 AI 후광, 두산로보틱스는 대체 젠슨 황에게 무엇으로 보였나

매출은 3배가 됐고 적자도 여전히 두 자릿수 억원대였다. 시장은 이를 체질 개선이라 부르기로 했다.

Ai brain inside a lightbulb illustrates an idea.
Photo by Omar:. Lopez-Rincon on Unsplash

두산로보틱스가 엔비디아의 핵심 파트너로 부각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정작 두산로보틱스는 올해 1분기 12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표어는 AI였고 숫자는 적자였는데, 시장은 이 둘이 한 문장 안에 들어가면 일단 미래처럼 보이는 모양이다.

8일 기업 재무제표 화면번호 8109 기준으로 확인된 것은 간단하다. 두산로보틱스는 2024년 412억원, 지난해 595억원의 연간 누적 적자를 냈고 올해 1분기에도 손실 흐름을 이어갔는데, 이쯤 되면 '고질적'이라는 표현이 회사 소개서보다 더 안정적으로 붙는다.

물론 좋은 소식도 있다. 올해 1분기 매출액은 15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3억원보다 3배 가까이 급증했으니 외형은 분명 커졌다. 다만 매출이 커질수록 적자도 계속 동행하는 구조라면, 구멍 난 양동이에 엔비디아 스티커를 붙인다고 물이 차오르지는 않는다는 아주 불편한 상식이 남는다.

회사 체질이 바뀌고 있다는 근거도 제시된다. 2022년 92%에 달했던 로봇 ARM 의존도를 낮추고 자동화 솔루션 비중을 올해 1분기 38%까지 확대했는데, 제품에서 단조로움을 덜어낸 성과는 인정할 만하다. 흑자 대신 포트폴리오 설명이 풍성해진 셈이니, 적어도 발표 자료는 덜 심심해졌다.

지역별 숫자도 야심차다. 지난해 27% 수준이던 북미 시장 매출 비중이 올해 1분기 51%로 치솟았으니, 손실은 이제 보다 국제적인 배경을 갖추게 됐다. 적자가 국내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에서 글로벌 외부 시장 개척은 확실히 이뤄졌다고 해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가장 눈물겨운 대목은 영업이익률이다. 지난해 1분기 -228.3%에서 올해 1분기 -78.9%로 개선됐다고 하는데, 이는 성적표의 빨간 줄이 조금 옅어졌다는 뜻이지 갑자기 모범생이 됐다는 뜻은 아니다. 덜 크게 잃었다는 사실을 대단한 각성처럼 포장하는 건 멍청하기 짝이 없다.

결국 시장이 읽고 싶어 하는 문장은 '엔비디아 핵심 파트너'이고, 재무제표가 계속 내놓는 문장은 '아직도 적자'다. 두산로보틱스가 정말 구조적 체질 전환의 한가운데 있다면, 이제 마지막 변명은 하나뿐이다. 체질은 바뀌었다고 했으니, 다음에는 숫자도 좀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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