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6배로 올라가더니 하루에 30% 넘게 미끄러졌다…SOXL·KORU가 알려준 레버리지의 품격

선행지표라더니 방향은 잘 맞췄다. 아래쪽으로.

macro photography of black circuit board
Photo by Alexandre Debiève on Unsplash

간밤 미국 증시에서 3배 레버리지 ETF인 SOXL과 KORU가 올해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국내 레버리지 투자자들도 비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조롱의 대상은 분명하다. SOXL·KORU 같은 상품에 '선행지표'라는 단정한 넥타이를 매달고 달려든 레버리지 투자 열기다.

SOXL은 지난 5일 30.51% 급락했다. 기사에 따르면 지난 3월 전쟁 경계감이 컸을 때도 14% 안팎 하락이 두 차례였는데, 20%를 넘어 30% 이상 빠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방향을 알려주는 데는 참 성실하다. 브레이크 없는 엘리베이터도 아래층 위치는 정확히 알려준다.

더 우아한 대목은 그 직전까지의 상승이다. SOXL은 올해 초 47.24달러에서 지난 3일 280.54달러까지 5개월 만에 6배가량 뛰었다. 이렇게 올라놓고 하루 30.51%를 내리꽂는 상품을 두고 고민이 커졌다고 표현한 건 지나치게 예의 바르다. 고민이 아니라 이제서야 상품 설명서를 읽는 단계에 가깝다.

KORU는 더 노골적이었다. 올해 초 208.50달러였던 가격이 지난 1일 1천265달러 수준까지 6배 이상 오른 뒤, 전날에는 41.89% 급락했다. 이 정도면 한국 지수에 투자한다기보다 숫자에 멍청하기 짝이 없는 확성기를 달아놓은 셈이다. 증폭은 훌륭했다. 손실 쪽에서 특히.

그래도 '선행지표'라는 평가는 억울할 수 있다. 실제로 같은 날 국내 증시는 코스피가 478.82포인트 밀려 8,160.59, 코스닥이 47.29포인트 내려 1,002.44를 기록했다. 코스피 -5.54%, 코스닥 -4.50%였으니 아래로 간다는 힌트 하나만 놓고 보면 SOXL·KORU는 지나치게 유능했다. 체온계가 불길 속에서 정확히 올라간다고 해서 집안 관리 도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엔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들까지 거래 첫날 19% 안팎 급등하고, 이달 초까지 매일 4% 안팎 추가 상승하며 관심을 끌었다고 한다. 레버리지 상품이 관심을 끈 이유가 차분한 현금흐름이나 배당이어서가 아니라는 점은 다행이다. 최소한 모두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알고 있었다. 등신같이 행동한 것과 모르고 행동한 것 사이에는, 투자 결과 말고는 큰 차이가 없지만.

몇 달 새 6배 오르는 동안엔 선행지표라며 박수치고, 하루에 30%와 41.89%가 날아가자 비상이라고 부르는 태도는 참 편리하다. 제품에서 완만함과 예측 가능성을 제거하면 발표는 상당히 완성도 높았다. 레버리지는 원래 과장된 도구인데, 그 과장을 사실상 성격으로 착각한 순간 마지막 변명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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