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삼계탕 다음은 시구였다, 젠슨 황의 주말 영업이 이제 PC방까지 간 이유
93번 유니폼과 96번 타석으로 포장한 회동은 화려했지만, 결국 야구장과 PC방을 전전하는 비즈니스였다.
한국을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7일 주말에도 일정을 이어가며 잠실야구장과 논현역 인근 PC방에서 두산·크래프톤·NC 측과 이벤트를 가질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그 비즈니스 행보라는 것이 시가총액 1위 기업 수장의 산업 일정이라기보다, 주말 동선에 회의를 억지로 끼워 넣은 행사 꾸러미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황 CEO는 잠실야구장에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을 만난 뒤 두산 베어스 홈경기 시구자로 마운드에 오른다. 회의실 대신 마운드를 택한 결단은 대단히 진취적이다. 이제 공 하나 던지면 협업이 성사되는 것처럼 보이니, 실무진은 그동안 괜히 자료를 만들며 고생한 셈이다.
그가 입을 유니폼에는 엔비디아 창립연도 1993년을 뜻하는 93번이 새겨진다. 내용 대신 숫자를 입었다는 점에서 이 행사는 꽤 정직하다. 명함 대신 등번호를 교환하는 회동은 사업 논의라기보다 창립기념일 케이크 위 초 개수 맞추기와 비슷하다.
박 회장 역시 두산 창립연도 1896년을 의미하는 96번과 함께 타석에 들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93과 96이 한 화면에 잡히면 역사와 상징은 충분히 전달될 것이다. 다만 그 숫자들이 실제로 무엇을 결정하는지는 빠져 있어서, 발표에서 핵심을 제거하면 분위기는 확실히 좋아진다는 교훈만 남는다.
황 CEO는 시구에 앞서 논현역 인근 한 PC방을 찾아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과 회동할 예정이라고 한다. 최첨단 AI 기업의 수장과 게임업계 인사가 만나는 장소가 PC방이라는 사실은 기묘할 만큼 완벽하다. 야구장과 PC방을 오가는 일정은 글로벌 AI 전략이라기보다 주말 예능 파일럿 편성표에 가깝다.
두산로보틱스가 산업용 로봇을 제조하고, 엔비디아가 피지컬 AI 사업을 키우고 있다는 연결은 분명 흥미롭다. 그런데 그 접점을 먼저 설명한 것이 로봇 데모나 기술 논의가 아니라 시구 행사와 유니폼 숫자 놀이라면, 이 장면은 미래 산업이라기보다 포토월이 일을 다 해주는 개판의 홍보다. 전날 토속촌에서 삼계탕을 먹은 장면까지 더해지니, 남은 마지막 변명도 없다. 이번 한국 일정은 바쁜 비즈니스라기보다 아주 비싼 사람이 주말 코스를 성실히 완주한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