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노트북의 완전히 새로운 사용법이라더니, 결국 866으로 감정 접수받는 AI가 나왔다
엔비디아의 거대한 선언 끝에 남은 가장 구체적인 인터페이스는 RTX Spark도 아니고 전화번호였다.
더 버지의 'This is your laptop… on AI'가 겨눈 것은 분명하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이 이번 주 노트북의 '완전히 새로운 사용법'을 말했다는 주장, RTX Spark,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 빌드·구글 I/O·WWDC를 한데 묶어 AI가 모든 것을 바꾼다는 그 익숙한 대합창이다. 문제는 그 새 사용법이라는 것이 끝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말만 유난히 바빴다는 점이다.
기사에 박힌 구체적 이름은 RTX Spark다. 그런데 '완전히 새로운 사용법'을 뒷받침하는 설명으로 남은 것은 그 이름과 행사 분위기뿐이라, 제품에서 제품 같은 부분을 빼면 발표는 아주 깔끔하다. 비어 있어서 반박도 어렵다는 점만큼은 참 영리하다.
여기에 'AI 에이전트가 어디에나 있고 모든 것을 한다'는 문장이 등장한다. 이쯤 되면 설명이라기보다 책임 회피용 안개다. 어디에나 있고 모든 것을 한다는 말은 메뉴판 전체에 '알아서 맛있음'이라고 적어두는 식당과 같은 수준의 성의이며, 거지같게도 구체성은 없는데 피곤함은 충분하다.
더 솔직한 대목은 따로 있다. '새 형식에 대해 이미 개선할 것도 있고, 여러분이 어떻게 느끼는지도 듣고 싶다'는 말이다. 막 내놓은 형식에 대해 만든 쪽부터 확신이 없다고 얌전히 인정하는 셈인데, 이건 겸손이 아니라 시제품을 내놓고 사용자가 뜻을 찾아주길 기다리는 태도다. 본인들도 뭐가 좋아졌는지 잘 모르겠다는 고백을 이렇게 공손하게 적는 재주는 인정할 만하다.
그래서 독자에게 실제로 제시된 행동은 무엇인가. 866-VERGE11로 전화하거나 vergecast@theverge.com으로 이메일을 보내, 머릿속의 모든 것을 말하라는 안내다. AI가 노트북을 바꾼다더니 최종 사용자 경험이 콜인과 메일함이라면, 그건 미래 컴퓨팅이 아니라 설명 못 한 브리핑의 사후 처리다. 노트북 혁명이라며 꺼낸 상자 안에 상담 번호만 크게 적어놓은 꼴이다.
개발자 행사 시즌이라는 배경까지 붙으면 이 그림은 더 선명해진다. 빌드, 구글 I/O, WWDC, 그리고 엔비디아까지 총출동했는데, 정작 가장 또렷한 호출문은 '어떻게 느끼는지 알려달라'다. 모두가 세상을 바꾼다고 말했는데 아직 자기들 기분부터 정리되지 않았다면, 그건 혁명이 아니다. 마지막 핑계까지 치우고 나면, 여기서 가장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기술은 여전히 사람에게 다시 전화 거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