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20% 둘씩 떼주고도 30.36%로 버텼다…코인원이 ‘도약’이라 부른 지분 줄타기

한투와 OKX벤처스를 한 줄에 세워놓고, 가장 크게 자랑한 것은 결국 대표가 안 밀렸다는 사실이었다.

blue and green light streaks
Photo by bady abbas on Unsplash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원은 5일 한국투자증권과 OKX의 투자사 OKX벤처스로부터 각각 20%씩 지분 투자를 받았다고 알려졌고, 그 와중에 차명훈 대표는 30.36%로 최대주주 자리를 지켰다. 표면상 주제는 도약이지만, 기사에서 가장 또렷한 승전보는 서비스가 아니라 대표가 아직 안 밀렸다는 사실이었다.

새 투자자 둘이 나란히 20%씩 들어왔고, 기존 2대 주주인 컴투스홀딩스는 24.54%다. 이쯤 되면 성장 서사라기보다 자리 배치가 더 중요해 보이는데, 공동 3대 주주라는 표현까지 붙여 정리한 걸 보면 코인원은 사업 설명보다 의자 수 맞추기에 상당한 재능이 있다.

차 대표는 올해 1월 초 대표 복귀에 앞서 별도 TF 등 산하 조직을 꾸리고 조직 강화와 AI 도입 전략을 수립했다고 한다. 참으로 든든하다. 결과 숫자 대신 회의 체계가 먼저 등장한 덕분에 발표는 누구에게도 반박당하지 않는 깨끗한 상태를 유지했다.

한투 측 강점으로는 모기업 한국투자금융지주가 2015년 카카오뱅크 컨소시엄 초기부터 참여해 스케일업 경험을 쌓았다는 점이 거론됐다. 코인원의 현재 설득 포인트가 자기 실적이 아니라 남의 성공 기억이라는 점은 꽤 정직하다. 이웃집 졸업장을 자기 소개서 첫 장에 끼워 넣고도 표정만 진지한 경우가 원래 그렇다.

OKX벤처스 합류 역시 코인원의 중장기 전략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풀이된다는 말은 편리하다. 아직 드러난 실행 성과가 적을수록 문장은 더 부드러워지고, 빈칸은 전략이라는 고급 단어로 마감된다. 제품에서 제품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요소를 제외하면 발표는 상당히 완성도 높았다.

결국 이번 이야기의 핵심은 간단하다. 한투와 OKX벤처스라는 큰 이름을 양옆에 세워 놓고도 가장 크게 자랑한 것이 차명훈 대표의 경영권 방어라면, 코인원이 만든 발판은 도약용이라기보다 미끄러지지 않기 위한 논슬립 테이프에 가깝다. 20%씩 떼어 주고도 버텼다는 걸 혁신처럼 말하는 순간, 마지막 변명까지 스스로 치워버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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