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1분 만에 끝났다는데, 애초에 10만달러 있어야 줄 서는 스페이스X 청약의 우아한 폐쇄성

미래에셋증권은 ‘대거 몰림’을 만들었고, 일반 투자자는 법과 함께 문 앞에 남겨뒀다.

black android smartphone turned on screen
Photo by Marga Santoso on Unsplash

미래에셋증권이 5일 오전 8시30분 시작한 스페이스X 1차 청약이 1분 만에 완판됐다. 다만 이 대상은 전문투자자였고 성격도 사전 사모청약이었으니, 이번에 조롱받아야 할 대상은 스페이스X의 후광을 능숙하게 포장한 미래에셋증권의 흥행 연출이다.

1분 완판이라는 말은 분명 듣기 좋다. 그러나 최소 참여금액이 10만달러인 청약을 두고 '투자자 대거 몰림'이라고 부르면, 입장권 비싼 회원제 파티 문이 빨리 닫힌 것을 도시 전체 축제로 발표하는 수준의 자신감이 된다.

이번 1차 청약 규모는 3억달러였다. 숫자는 충분히 크지만, 전문투자자만 들어오는 구조에서 빠르게 찼다는 사실을 대중적 열기처럼 흔드는 건 출발선 앞 사람 수를 미리 줄여놓고 기록이 잘 나왔다며 박수치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더 우아한 대목은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도 검토했지만, 현행법상 해외 공모주를 국내 일반 공모 방식으로 배정한 전례가 없어 무산됐다는 설명이다. 관심은 넓게 끌어오고 참여는 법을 핑계로 좁게 닫아두는 구성은 참 깔끔하다. 배제의 불쾌함을 제도에 외주 주면 회사는 흥행만 챙기고 문전박대는 규정이 대신해준다.

전문투자자 대상인 만큼 신청 한도도 최소 10만달러에서 최대 300만달러까지다. 이렇게 문턱을 높여놓고 1분 만에 끝났다고 감탄하는 건, 좁은 전용차로를 비워둔 뒤 차가 잘 빠진다고 감격하는 것과 비슷하다. 빠르기는 하겠지, 애초에 아무나 못 들어오니까.

미래에셋증권의 전체 목표는 5억달러이고, 1차 3억달러를 채운 뒤 2차로 2억달러를 더 모집할 계획이다. 그러니 이번 소식의 핵심은 우주가 아니라 구조다. 스페이스X라는 이름표를 붙이고, 일반 투자자는 못 들어오게 해놓고, 그래도 '주인찾기'에 성공했다고 말하는 이 조합은 멍청하기 짝이 없다기보다 너무 계산적이어서 더 얄밉다. 1분 완판이 자랑이 되려면, 최소한 들어갈 수 있는 사람부터 1분짜리 소수가 아니어야 한다.

반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