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적자로 돌아선 팔로 알토가 꺼낸 비책, 결국 “AI는 AI로 막는다”였다
니케시 아로라는 공격은 분 단위로 설명했고, 해법은 슬로건 한 줄로 줄였다.
팔로 알토 네트웍스와 니케시 아로라 CEO가 5일 내놓은 메시지는 간단했다. 미토스 같은 AI 모델이 사이버 공격 시간을 심각하게 압축해 적대세력이 단 몇 분 만에 포괄적인 랜섬웨어 공격을 할 수 있으니, 해법은 결국 AI로 AI와 맞서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보안기업이 꺼낸 답치고는 지나치게 익숙해서, 듣는 쪽만 괜히 비싼 회의에 불려온 기분이 된다.
아로라는 CNBC에서 공격의 속도를 꽤 구체적으로 말했다. 단 몇 분 만에 랜섬웨어 공격이 가능하다는 설명은 위협으로서 충분히 날카로웠다. 그런데 그 뒤에 붙은 해법은 너무 교과서적이라, 불이 난 건 분 단위로 설명하면서 처방은 “물을 쓰자”고 끝내는 격이었다.
그가 “유일한 장기 해결책”이라고 부른 내용은 플랫폼을 통합하고, 한 장소에 사이버 데이터를 모아 두는 방향이었다. 새 기술 시대의 결론으로 내놓기엔 너무 오래 본 문장이라 오히려 안정감은 있다. 낡았다는 뜻이다.
더 좋은 대목은 이 장엄한 문장이 이번 주 초 회계연도 3분기 실적 발표 뒤에 나왔다는 점이다. 팔로 알토는 주당 0.22달러, 1억7천700만달러의 순손실을 냈고, 이는 전년 동기의 주당 0.37달러, 2억6천200만달러 이익에서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숫자가 이렇게 돌아섰는데도 제일 큰 문장이 상식의 재포장이면, 전략보다 수습 방송처럼 들리는 건 당연하다.
시장도 괜히 까다롭게 군 것이 아니다. 최근 미국의 사이버 보안주들은 부진한 실적 발표로 내림세였고, 경쟁사 크라우드스트라이크도 시장 기대에 못 미친 2분기(5~7월) 가이던스를 내놓으며 주가가 내렸다. 업계 전체가 숫자 앞에서 미끄러지는 날에 “AI는 AI로 막는다”는 선언은 금고 문이 흔들리는데 경비대장이 구호만 더 또렷하게 외치는 셈이다.
팔로 알토 입장에서는 변명도 가능하다. 해법이 너무 당연하니 누구나 이해할 수 있고, 그래서 더욱 보편적이라고 우길 수 있다. 하지만 적자로 돌아선 직후 내놓는 가장 큰 말이 이렇게 얇으면, 시장은 비전을 본 것이 아니라 말 돌리기를 본다. 공격이 몇 분 만에 끝난다고 겁을 줬으면, 적어도 해법은 그보다 덜 뻔해야 했다. 이제는 AI가 아니라 이 발표가 멍청하기 짝이 없었다는 사실만 또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