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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터엔 15%, 품위엔 0%…미국이 232조로 벌인 관세 미세조정의 위엄

25%로 막아놓고 15%로 풀어주며 은혜처럼 설명하는 방식은 늘 성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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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Paico Oficial on Unsplash

미국 정부가 1일 현지 시각 포고령을 내고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 조치를 손봤다. 표적은 트랙터·지게차·불도저 같은 이동식 산업기계였고, 한국 등 미국과 관세 합의를 체결한 곳에서 들어오는 물량은 25% 대신 15%를 적용받게 됐다. 미국 정부는 이번에 약 23억달러 규모가 걸린 조정을 내놓고도, 마치 문을 새로 연 것처럼 굴지만 실은 잠금장치를 조금 덜 거지같게 바꾼 수준이다.

핵심은 놀라울 만큼 소박하다. 합의국에는 15%, 그 외에는 기존 25% 유지다. 같은 트랙터라도 바퀴 수보다 외교 상태가 가격에 더 중요하다는 뜻인데, 통상정책이 아니라 출입문을 잠가 놓고 손잡이에 리본을 달아 개방감이라고 설명하는 재주에 가깝다.

기존에 25%를 맞던 농업용 장비와 공조설비는 관세 합의 여부와 관계 없이 15%로 바뀐다. 기준이 원칙에 따라 선명해진 것이냐고 묻는다면, 아니다. 그냥 어떤 품목은 합의가 중요하고 어떤 품목은 갑자기 안 중요해졌다는 뜻이며, 개판을 유연성으로 번역하는 행정 문체만 남았다.

미국산 철강 사용 품목에 적용하던 저율 관세 기준도 95%에서 85%로 완화됐다. 거의 전부 미국산이어야 한다는 요구를 이제는 상당 부분 미국산이면 되는 것으로 바꿔준 셈인데, 숨막히는 조건을 조금 덜 숨막히게 만든 뒤 합리화라고 적어두는 방식은 늘 성실하다. 숫자가 10%포인트 내려간 덕분에 상식이 돌아온 것이 아니라, 과장된 요구가 약간 덜 등신같이 보이게 됐을 뿐이다.

이번 인하는 오는 8일부터 내년 말까지 적용된다. 기한을 붙여준 덕분에 기업들은 영원한 불확실성 대신 시한부 불확실성을 선물받았다. 짧고 또렷한 불안은 관리가 쉽다는 점에서 정책 설계가 대단히 친절하다고도 할 수 있겠다.

게다가 당초 232조 대상이 아니던 알루미늄 인쇄판과 철제 랙은 새로 25% 부과 대상에 들어갔다. 한쪽에서 트랙터 세율을 내리며 미소를 짓고, 다른 쪽에서 랙과 인쇄판에 25%를 얹는 균형감각은 실로 인상적이다. 결국 이번 개편은 관세를 푼 것이 아니라 품목별로 조였다 풀었다 하며 주도권만 재확인한 것이고, 15%가 선물처럼 보인다면 그건 25%라는 몽둥이를 먼저 오래 보여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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