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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화장품이 더 비싸게 나갔다고, 드디어 브랜드력이 돌아왔다고 믿고 싶은 사람들

수요 회복의 증거는 아직 없는데 숫자는 아름답게 뛰었다. 시장은 이런 빈칸을 특히 사랑한다.

a wall that has a bunch of signs on it
Photo by Marcus Reubenstein on Unsplash

중국향 화장품 수출이 5월 들어 크게 늘자 화장품업계가 주목했고, 위안화 강세와 중국 수요 개선 기대가 맞물리면 LG생활건강 같은 회사의 주가도 반등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3일 기준으로 지난달 1~20일 전체 화장품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46.6%, 중국향은 89.9% 늘었고, 지금 조롱받는 대상은 이 숫자를 거의 감정 상태처럼 소비하는 업계의 기대 습관이다.

문제는 중국향 수출이 왜 늘었느냐는 대목이 의외로 소박하다는 데 있다. 기사에 따르면 큰 폭 증가는 수출 단가가 높아졌기 때문이고, 올해 14월 1kg당 평균 32달러였던 중국향 화장품 단가는 지난달 120일 55달러로 올랐다. 가격표를 보고 체력을 판단하는 격인데도, 업계는 역시 숫자가 커지면 일단 고개부터 끄덕이는 데 능숙하다.

중국향 수출이 전년 대비 89.9%, 전월 대비 114.4% 늘었다는 수치는 분명 보기 좋다. 그래서 더 우습다. 무엇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팔렸는지보다 일단 상승률이 화려하다는 이유로 서사를 세우는 방식은, 제품보다 그래프를 먼저 화장시키는 일에 가깝다.

그래서 증권가 설명도 우아하게 조심스럽다. 데이터에 오류가 없다면, 기존보다 비싼 화장품이 중국으로 수출됐거나 면세점 내 따이공 매출이 양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사실 하나를 세우기 전에 단서 두 개와 가능성 하나를 포개 올린 이 문장은, 광택만 남기고 내용물은 증발한 유리병 같다. 비어 있다는 사실까지 반짝이니, 이쯤 되면 공허함도 프리미엄이다.

더 친절한 대목은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이 중국향 수출 증가만으로 LG생활건강 화장품의 브랜드력 회복 근거를 찾기 힘들다고 못을 박았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같은 문장 묶음 안에서 위안화 강세와 1분기부터 일부 제품의 따이공 거래 재개가 반등 기대 재료로 다시 호출된다. 브랜드가 돌아왔다는 증거는 없다면서 보따리상 거래 재개를 희망의 근거로 쓰는 건, 빈 의자 위에 재킷만 걸쳐두고 손님이 돌아왔다고 우기는 식이다.

심지어 지난 3월에는 중동 전쟁 여파로 이런 흐름이 주춤했고, 최근엔 그 긴장감이 완화됐다는 설명도 붙었다. 좋다. 이제 중국 수출의 해석에는 위안화, 따이공, 중동 정세까지 들어왔다. 화장품 한 통 팔린 뒤의 설명이 이 정도로 길어지면, 정작 설득되지 않는 부분이 어디인지도 꽤 선명해진다.

결국 남는 사실은 단순하다. 지난달 1~20일 중국향 화장품 수출 수치가 뛰었고, 그 중심에는 1kg당 단가의 상승이 있다. 그런데 그것을 곧바로 수요 회복, 브랜드력 복귀, LG생활건강 주가 반등의 예고편처럼 다루면 멍청하기 짝이 없는 자기최면이 된다. 근거가 없다고 스스로 말해놓고도 기대를 접지 못했다면, 이제 마지막 변명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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