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출시 전 검토라더니 자율이라니, 트럼프는 AI에 미리 들여다보는 척만 하기로 했다
연방정부에 먼저 보여달라면서도 숨 막히게 하진 않겠다는 행정명령은, 결심과 회피를 한 문장에 넣는 기술을 선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화요일 AI 기업들이 자사 프론티어 모델을 출시 전에 연방정부와 공유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목표는 '안전한 혁신'과 '핵심 인프라의 사이버보안 강화'라는데, 정작 구조는 '자율적 프레임워크'여서 트럼프의 이번 AI 검토는 시작부터 검토보다 권유에 가깝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제목감과 본문 사이의 간극이다. '출시 전 검토'라고 하면 뭔가 실제로 멈춰 세울 장치가 있을 법하지만, 이번 명령은 기업들이 먼저 보여주면 좋겠다는 품위 있는 희망 표명에 더 가깝고, 이렇게까지 조심스러우면 사전심사라기보다 사전 부탁이다.
백악관은 미국 AI 산업이 성공한 이유 중 하나로 '우리가 이 분야를 숨 막히게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그러고는 곧바로 출시 전 정부 공유 절차를 꺼냈으니, 규제는 아니라는 말을 규제 소개문에 직접 넣는 보기 드문 문장 경제를 달성했다.
대상도 야심차다. '프론티어 모델'을 다룬다고 해놓고 공개된 설명에서 무엇을 어느 수준으로 공유하고, 정부가 무엇을 기준으로 들여다보는지는 선명하지 않으니, 숫자가 빠진 덕분에 발표는 누구에게도 반박당하지 않는 깨끗한 상태를 유지했다.
물론 자율이라는 점은 장점일 수도 있다. 소화기를 설치했다는 보도자료를 내고 사용은 자율이라고 적어두는 건물 관리 규정처럼, 아무도 질식시키지 않으면서 뭔가 하고 있다는 인상만은 안정적으로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행정명령은 강경한 감독의 표정과 부드러운 요청의 몸통을 한데 붙인 문서다. AI를 출시 전에 보겠다는 말이 이렇게까지 예의 바를 필요는 없었고, 설명이 이 정도로 공손하면 마지막 남은 변명도 어렵다: 이건 엄격함이 아니라 엄격해 보이려는 정중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