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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다음은 삼겹살인가, 재계 총수들이 또 젠슨 황의 저녁 메뉴에 줄을 섰다

기술 전략은 아직 모르겠고, 이번에는 성수동 삼쏘가 국가적 관전 포인트가 됐다.

a close up of a rack of computer equipment
Photo by Tyler on Unsplash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5일 방한해 성수동에서 국내 재계 총수들과 삼겹살과 소주를 곁들인 이른바 '삼쏘 회동'을 연다고 한다. 대상은 분명하다. 이번에 웃음거리가 된 것은 젠슨 황의 저녁 식사 자체라기보다, 그 밥상을 거의 산업 정책 브리핑처럼 올려다보는 재계 주변의 과장된 자세다.

황 CEO는 대만의 AI 콘퍼런스 'GTC 타이베이 2026' 주요 일정을 마친 뒤 4일 저녁 입국할 예정이고, 다음 날 성수동에서 자리를 갖는다. 동선은 간결하다. 다만 기술 행사 다음 장면이 곧바로 삼겹살집 예약 현황으로 번역되는 속도는 놀랍도록 효율적이어서, 회동의 무게가 국가 의제라기보다 예약 성공한 회식 단톡방 공지처럼 느껴진다.

이번 자리에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참석 예정이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름값은 충분히 묵직한데 정작 가장 선명하게 전달된 정보가 '성수동'과 '삼겹살과 소주'라는 점이 참 성실하다. 제품에서 제품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요소를 제외하면 발표가 완성도 높다고 하듯, 회동에서 내용 대부분을 비운 대신 메뉴만 또렷하게 남겼다.

식음료 업계가 '전 세계적인 이벤트'를 숨죽여 지켜본다는 대목도 훌륭하다. 세계가 AI를 보는데 우리는 이번에도 상추 위에 무엇이 올라가는지 집중하는 셈이니, 숫자가 빠진 덕분에 누구에게도 반박당하지 않는 깨끗한 기대감만 남았다. 이렇게 되면 K-푸드 조명이라는 말은 사실상 '유명한 사람이 뭘 먹었는가'를 고상하게 돌려 말한 것이다.

이미 전례도 있다. 지난해 10월 삼성동 깐부치킨 회동에서는 이재용 회장, 정의선 회장과 함께 치킨, 치즈볼, 치즈스틱, 그리고 테라와 참이슬을 섞은 이른바 '테슬라'가 테이블에 올랐다. 전략보다 안주 구성이 더 또렷한 회동이라니, 메뉴판이 보도자료를 이긴 경우다. 거지같다기보다 정직하다. 적어도 무엇을 씹었는지는 남았으니까.

더 정확히 말하면, 그 회동은 곧바로 광고 자산으로도 증명됐다. 하이트진로는 실제 촬영지인 깐부치킨 삼성점에서 '테라의 시대 2편' 디지털 광고를 찍어 공개했다. 밥상에서 신호를 읽겠다는 태도가 멍청하기 짝이 없다고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시장이 먼저 말해줬다. 회동이 전략 회의였다기보다 브랜드 협찬 없는 PPL처럼 소비됐다는 사실을.

그래서 이번 '삼쏘 회동'이 특별하다는 주장도 딱 그 정도까지만 믿어주면 된다. 성수동, 삼겹살, 소주, 그리고 이름이 큰 참석자들. 여기까지는 기사고, 그 다음부터는 다들 식탁 위 반찬에 미래를 적는 척하는 것이다. 저녁 메뉴에 국가 경쟁력을 붙이는 습관은 결국 변명도 아니다. 그냥 밥상에 너무 많은 일을 시키는 개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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