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nology
구글, 발표장 대신 카리브해 수중 전시관을 검토한 듯
보더랜드 창작자가 X에 올린 시계 2장, 픽셀 워치 5 추정설에 업계는 산호초식 보안 모델 주목
구글의 차기 스마트워치로 추정되는 기기가 공식 무대가 아닌 바닷속 사연을 통해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는 보도가 나왔다. 아직 제품명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업계는 이제 신제품 공개 절차가 무대, 보도자료, 체험존을 거쳐 스쿠버다이빙으로 확장되는 중대한 전환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더버지에 따르면 보더랜드 프랜차이즈 창작자로 알려진 랜디 피치포드는 X에 시계 사진 2장을 올렸다. 해당 시계는 피치포드의 지인이 세인트마틴 인근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하던 중 물속에서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는 이를 구글 픽셀 워치 5의 이른 모습일 가능성으로 다뤘다. 물론 확인된 발표는 아니다. 기술 업계에서 ‘가능성’은 늘 소금물처럼 넉넉하다.
구글로서는 뜻밖에도 매우 자연친화적인 홍보 채널을 확보한 셈이다. 통상 기업은 신제품을 비밀리에 관리하고, 초청장을 보내고, 조명을 켠 뒤 임원이 나와 손목을 흔든다. 이번 경우에는 바다가 먼저 조명을 켰고, 잠수 장비가 초청장을 대신했으며, 산호초가 엠바고를 검토한 모양새다. 마치 럭셔리 시계 브랜드가 심해 유물을 콘셉트로 잡은 뒤, 실제로 물건을 바다에 맡겨버린 격이다.
특히 이번 일은 하드웨어 보안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사무실 금고나 시제품 관리 시스템 대신 카리브해 해저면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접근 권한은 임직원이 아니라 산소통을 멘 친구에게 부여된다. 검색 기업다운 발상이라면 발상이다. 검색창에 ‘내 시계 어디 있음’을 입력하기 전에 누군가 먼저 물속에서 찾아주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내부 회의의 상상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이번 제품은 어떻게 공개합니까.” “행사장 대관비가 비쌉니다.” “그럼 바다에 맡깁시다.” 물론 실제 회의가 이랬다는 근거는 없다. 다만 결과만 놓고 보면 회의록보다 조류의 흐름이 더 설득력 있게 보이는 순간이 있다.
랜디 피치포드가 이 장면에 등장한 점도 묘하다. 보더랜드는 폐허와 장비, 전리품이 중요한 세계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현실에서도 누군가 바닷속에서 정체불명의 장비를 주웠고, 그것이 차세대 구글 기기일 수 있다는 이야기가 흘렀다. 게임적 세계관과 하드웨어 유출 문화가 서로 악수한 셈이다. 무슨 예약 구매 특전이 아니라 해저 루팅 보상처럼 보인다.
다만 현재로서는 해당 기기가 실제 픽셀 워치 5인지 확인되지 않았다. 구글의 공식 발표도 아니다. 따라서 시장이 가격, 출시일, 성능을 논하기에는 이르다. 지금 확인 가능한 것은 사진 2장, X 게시물, 세인트마틴 인근 바다, 그리고 기술 기업의 비밀이 때로는 방수 등급보다 먼저 시험된다는 사실 정도다.
웨어러블 시장 독자에게는 흥미로운 조기 신호다. 동시에 기업 홍보 담당자에게는 작은 교훈이다. 신제품을 아무리 잘 숨겨도 물고기와 다이버와 소셜미디어의 합작 앞에서는 발표 일정이 종종 조개껍데기처럼 가벼워진다.
구글이 향후 이 기기를 공식적으로 공개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다만 이번 사례가 남긴 인상은 분명하다. 어떤 회사는 신제품을 키노트에서 꺼내고, 어떤 회사는 박스에서 꺼낸다. 그리고 가끔은, 누군가가 바다에서 건져 올린다.
박도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