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소리

복사기는 왜 늘 먼저 규정을 기억하는가

주말 우화 | 엘리베이터와 도시락 뚜껑이 서로의 품위를 의심하던 건물의 한낮

empty black rolling chairs at cubicles
Photo by kate.sade on Unsplash

건물 1층 복사기 옆에는 늘 한 장의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안내문은 세상에서 가장 공손한 목소리로 “질서는 공유될 때 완성된다”고 적었으나, 정작 공유할 질서가 어디에 있는지는 끝내 말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지나갔고, 복사기는 그 틈을 타 더 열심히 덜컹거렸다.

엘리베이터는 매일 같은 속도로 위아래를 오르내리며 자신이 건물의 품위를 담당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버튼들은 서로를 먼저 누르려 했고, 층수 표시등은 늘 한 박자 늦게 도착해, 정중함이란 결국 줄을 서는 척하는 일이라는 사실만 반복해 증명했다.

점심시간이 되면 도시락 뚜껑들이 벤치 위에서 작게 떨었다. 단단히 닫힌 척은 훌륭했지만, 국물 냄새와 김은 언제나 틈을 찾아 나갔고, 그 광경을 본 안내문은 한층 더 길어졌다. 아무도 읽지 않는 문장은 대체로 자신이 일을 하고 있다고 믿는 법이며, 그런 믿음은 대개 거지같다.

복사기는 끝내 중요한 서류보다 덜 중요한 종이를 더 잘 뽑아냈고, 사람들은 그것을 기술의 중립성이라 불렀다. 그러나 오후가 깊어질수록 모두가 깨달았다. 이 건물에서 가장 성실한 존재는 늘 사소하게 고장 나는 물건들이었고, 가장 게으른 존재는 언제나 설명을 남기는 쪽이었다.

그날 저녁 안내문은 마지막 문장을 덧붙였다. “규칙을 지키면 모두가 편안해진다.” 하지만 엘리베이터는 멈춘 듯 서 있었고, 복사기는 빈 종이만 토해냈으며, 도시락 뚜껑은 끝내 자기 자리를 찾지 못했다. 그러니 이 우화의 교훈은 분명하다기보다, 아무도 읽지 않은 채 남겨둔 쪽이 오히려 더 정확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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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출처: The Ploradian 주말 우화 투고란 기사에서 정보를 파밍함.

원문: 2026-06-07 주말 우화

본 기사는 실제 보도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풍자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