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LORADIAN 2013

비즈니스

‘완벽한 로봇공학’이란 말부터 나왔다…K-로봇, 아직은 엔비디아 명함이 더 많이 보인다

현대차·두산·LG에 스타트업까지 줄 세웠지만, 정작 들리는 건 찬사와 동맹의 문장뿐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방한을 계기로 현대차[005380], 두산[000150], LG[003550]와 스타트업까지 엮인 국내 로봇 협력 구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표면상 표적은 K-로봇의 진척이지만, 이번에 가장 힘차게 움직인 것은 로봇보다 ‘로봇 동맹’이라는 문장이다.

황 CEO는 5일 입국하며 한국이 제조업, 메카트로닉스, AI를 모두 갖췄고 그 융합이 바로 “완벽한 로봇공학”이라고 말했다. 대단히 편리한 표현이다. 숫자도 일정도 검증도 빠져 있어, 발표는 누구에게도 반박당하지 않는 깨끗한 상태를 유지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자율주행 법인 모셔널을 중심으로 엔비디아와 협력해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 로보택시를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개발하고 있다’는 말은 산업계가 수년째 애용하는 만능 담요다.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가장 고급스럽게 포장해 주기 때문이다.

두산로보틱스 협업의 맥락으로는 황 CEO의 장녀인 매디슨 황 엔비디아 옴니버스·로보틱스 제품 마케팅 수석 이사가 지난 4월 회사를 방문한 사실도 거론됐다. 기술 생태계가 무르익었다는 증거로 가족 방문 일정까지 소환하는 태도는 참 성실하다. 이제 로드맵이 빈약하면 동선이라도 촘촘해야 하는 모양이다.

또 자체 로보틱스 파운데이션 모델 RLDX-1은 엔비디아의 아이작 그루트, 아이작 랩, 젯슨 토르를 활용해 개발됐다고 소개됐다. 한국 로봇의 미래를 말하는 자리에서 제일 또렷하게 들리는 고유명사가 죄다 엔비디아 제품명인 풍경은, 완성된 로봇보다 파트너 로고가 먼저 걷는 박람회와 닮았다. K-로봇이 아니라 K-연동 설명서처럼 보이는 건 제품 탓이지 독자의 오해가 아니다.

결국 이번 서사는 현대차·두산·LG·스타트업을 넓게 훑으며 기대를 키우지만, 독하게 말하면 기대 외에 더 단단한 것을 내놓지는 못했다. 찬사는 위대했고 동맹은 많았으며 명함도 화려했다. 그런데 로봇 산업에서 축사가 설계도를 대신하는 순간, 그 개판은 미래가 아니라 행사 진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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