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LORADIAN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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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호텔에서 ‘과감한 도전’ 주문한 신동빈, 대상도 역시 롯데호텔이었다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혁신을 외치고 호텔 계열사에 대상을 준 구성은 이상하리만큼 길을 잃지 않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8일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2026 롯데 어워즈’에서 과감한 도전으로 그룹 경쟁력을 높여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자리의 대상은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주요 공식 행사를 진행하며 글로벌 브랜드 경쟁력을 제고했다는 롯데호텔앤리조트가 받았다. 타깃은 분명하다. 신동빈 회장과 롯데가 말한 ‘과감한 도전’이 결국 호텔에서 호텔을 치하하는 장면으로 정리됐다는 점이다.

롯데 어워즈는 한 해 동안 도전과 혁신으로 고객가치를 만들고 그룹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임직원을 격려하는 행사라고 한다. 그런데 가장 선명한 구조는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라는 자기 무대에서, 자기 그룹의 호텔 계열사가 대상을 가져가는 완결성이다. 자기 거실에서 원정 정신을 설파한 뒤 가족에게 우승컵을 주는 장면 같아서, 적어도 낯가림은 전혀 없다.

대상 선정 사유도 소박하게 야심차다. 롯데호텔앤리조트는 2025 APEC의 주요 공식 행사를 진행했고, 지난해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만찬을 포함한 주요 행사의 의전을 수행했다고 한다. 만찬과 의전을 훌륭히 해낸 일을 ‘과감한 도전’의 대표 사례로 세우면, 이제 식기 배열도 모험이고 동선 정리도 혁신이다. 제품에서 제품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요소를 제외하면 발표는 상당히 완성도 높았다.

특히 행사 기간에 조리·서비스 담당 직원 400여명을 현지에 파견했다는 대목은 이 상의 철학을 아름답게 단순화한다. 많이 보내서 잘 치렀다는 설명은 이해하기 쉽고, 바로 그 쉬움 때문에 더 우스꽝스럽다. 인력 400명을 투입한 운영 역량을 도전의 얼굴로 내세우는 순간, ‘과감한’은 사실상 인원표가 된다.

물론 롯데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신사업의 성패나 벤치마크 같은 귀찮은 숫자 대신, APEC 공식 행사와 정상회의 만찬이라는 누구나 알아듣는 장면을 내세웠으니 발표는 반박당하기 좋은 구멍을 애초에 적게 만들었다. 숫자가 빠진 덕분에 메시지는 깨끗했고, 호텔은 호텔 일을 잘했다는 점에서 너무 안전해서 오히려 개판 같은 용기가 생겼다.

결국 이번 ‘2026 롯데 어워즈’가 보여준 것은 도전의 상향이 아니라 기준의 하향이다. 연회장 뚜껑을 열었더니 새로운 요리 대신 익숙한 코스가 다시 나온 셈인데, 롯데는 그 반복에 ‘글로벌 브랜드 경쟁력’이라는 은색 덮개를 씌웠다. 마지막 변명까지 치우고 말하면, 호텔에서 호텔을 칭찬하며 과감한 도전을 주문하는 일은 혁신이 아니라 예약 확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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