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LORADIAN 2013

비즈니스

181원을 120원대와 나란히 놓고 놀란 장관, 이제 한전 5사를 접어서 해결하겠다고 했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내리고, 구조개편은 용역으로 시작하고, 설명은 비교표 한 줄로 끝내는 참으로 단정한 행정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4일 정부서울청사 간담회에서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이 kWh당 181원으로 중국과 미국의 120원대보다 비싸다며 하향 안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동시에 한국전력공사 산하 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 5개 자회사를 통폐합하는 방향을 이달 공개하겠다고 했고, 현재 기후부는 이를 위한 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표는 간단하고 결론은 선명했다. 현실만 그 친절을 아직 못 따라왔다.

181원과 120원대의 비교는 정치적으로 매우 우수하다. 숫자 두 줄만 놓으면 복잡한 전력체계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남는 것은 “우리만 비싸다”는 깔끔한 분노뿐이기 때문이다. 숫자가 적을수록 설명은 단정해진다. 내용까지 단정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건 늘 다음 회의의 일이다.

장관은 지난 정부 말 전기요금 인상으로 산업용 요금이 많이 올랐다고 짚었다. 맞다, 비싸졌다고 말하는 일은 언제나 인기가 좋다. 다만 그 다음 장면이 “하향 안정화”라는 표현인 것은 특히 훌륭하다. 내리겠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엔 계산이 번거로우니, 안정화라는 쿠션을 하나 깔아 둔 셈이다.

더 인상적인 대목은 요금을 낮추겠다고 말하면서도 발전소 입지, 송전 비용, 국가균형발전을 반영해 지역별 차등을 둘 예정이라고 한 부분이다. 단순한 가격 문제를 지역 설계까지 얹어 더 정교하게 만드는 솜씨는, 가격표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계산기를 구조조정하는 식과 닮았다. 싸게 만들겠다는 설명이 듣는 순간 더 복잡해졌다면, 적어도 관료주의는 정상 작동 중이다.

한전 5사 통폐합 구상도 빠지지 않았다. 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이라는 다섯 이름을 하나의 구조로 묶겠다는 발상은 대담해 보이지만, 현재 상태가 용역 발주라는 점에서 더없이 한국적이다. 제품에서 제품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요소를 제외하면 발표는 상당히 완성도 높았다. 아직 결정은 문서철 안에 있고, 이달에는 방향이 나온다고 한다. 방향은 언제나 결과보다 저렴하다.

물론 이렇게 볼 수도 있다. 통폐합을 바로 밀어붙이지 않고 용역부터 준 것은 성급하게 개판을 만들지 않겠다는 행정적 절제다. 그러나 산업용 전기요금 181원을 120원대와 나란히 세워 놓고, 해법은 하향 안정화와 5사 통폐합 방향 공개라고 말하는 순간, 이 구상은 다섯 개의 서랍을 하나로 합치면 방이 넓어진다고 믿는 사무실 정리법에 가까워진다. 결국 기업이 듣게 된 말은 단순하다. 비싼 건 인정한다, 방법은 연구 중이다, 그리고 연구도 아직 시작 단계다. 마지막 변명까지 이렇게 정리해주면, 멍청하기 짝이 없는 건 요금표가 아니라 설명 쪽이라는 사실만 또렷해진다.

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