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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색

상생은 이름에만 있고 돈은 겹쳐 흘렀다

협력업체를 돕겠다던 제도에서 왜 같은 기업만 여러 번 지원받고, 정작 현장 협력사는 비켜났는지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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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turned-on MacBook Pro


국회예산정책처가 공공기관 상생협력사업의 문제를 짚은 보고서를 냈다. 핵심은 간단하다. 공공기관이 예탁금을 바탕으로 중소기업에 저리 대출을 연결하는 제도가 2025년 기준 32개 공공기관, 3,597개 기업, 9,579억 원 규모로 운영됐지만, 실제 집행 구조를 보면 중복지원과 미집행, 목적에서 벗어난 배분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사안이 중요한 이유는 숫자 자체보다도, 공공이 “상생”이라는 이름으로 돈의 흐름을 설계해 놓고 정작 누구를 우선 지원했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가 보여준 가장 선명한 장면은 목적과 집행의 어긋남이다. 이 제도는 원래 공공기관 협력업체를 돕겠다는 취지로 설계됐는데, 공공기관이 직접 추천한 협력업체 비중은 42.1%에 그쳤다. 일부 기관은 30% 이하였고, 아예 없는 곳도 있었다. 협력업체 지원 제도라면서 협력업체를 제대로 골라 넣지 못했다면, 남는 것은 싼 금리라는 형식과 집행 실적이라는 숫자뿐이다. 제도는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설계 이유는 이미 비어 있다.

누가 이 구조의 이익을 가져갔는지는 어렵지 않게 보인다. 이미 정보 접근성이 높고 서류 대응 능력이 있는 기업, 여러 공공기관과 접점이 있는 기업, 그리고 지원 실적을 만들 수 있는 기관과 협약은행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실제로 동일 기업이 2개 이상 공공기관에서 중복지원을 받은 사례가 2024년 기준 566건이었고, 최대 6개 기관으로부터 지원받은 경우도 있었다. 제도는 분산돼 있는데 관리 체계는 흩어져 있으니, 먼저 알고 먼저 들어간 쪽이 반복해서 혜택을 가져가는 구조가 된 셈이다.

그 비용은 다른 중소기업과 공공재정의 효율이 떠안는다. 같은 재원으로 더 넓게 지원할 수 있었던 기회가 특정 기업의 반복 수혜로 줄어들고, 예탁금을 맡긴 공공기관은 그 자금의 다른 운용 기회를 포기한 채 실효성 낮은 정책을 유지하게 된다. 미집행 문제까지 겹치면 더 나쁘다. 지원하겠다고 묶어둔 돈이 제때 돌지 않으면 자금이 급한 협력업체는 아무 도움도 못 받고, 제도는 존재했으나 효과는 없었다는 결과만 남는다. 결국 부담은 이름 없는 기업들, 즉 지원 문턱 앞에서 밀려난 곳들에 조용히 전가된다.

정상적인 보도라면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야 한다. 왜 협력업체 추천 비중이 이렇게 낮았는가. 공공기관은 협력망을 가장 잘 아는 주체인데, 왜 정작 지원 대상 선별에는 소극적이었는가. 왜 여러 기관이 같은 기업을 반복 지원하는 동안 정보공유와 통합관리 장치는 없었는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질문, 이 예탁금 기반 대출이 협력업체의 경영 안정, 납품 단가 압박 완화, 고용 유지 같은 실제 상생 성과로 이어졌는가. 금리 몇 퍼센트를 낮췄는지보다 더 중요한 답이 빠져 있다.

정책의 실패는 늘 거창한 사고로만 드러나지 않는다. 목적이 흐려진 채 운영되고, 관리가 늦어지고, 중복과 미집행이 누적되는데도 제도는 계속 돌아가는 상태가 더 흔하다. 공공기관 상생협력사업의 문제도 그렇다. 지원이 아니라 배분의 정확성이 핵심이고, 실적이 아니라 도달의 우선순위가 핵심이다. 협력업체 지원 제도라면 정말 협력업체가 먼저여야 한다. 같은 기업이 여러 기관 지원을 겹쳐 받는 동안 다른 기업이 줄 밖에 서 있었다면, 그 제도는 상생이 아니라 접근성의 차이를 보조한 것이다.


Source

Original: 국회예산정책처, 「공공기관 상생협력사업의 문제점과 개선과제」 발간 (국회예산정책처 보도자료)

본 기사는 실제 보도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풍자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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