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LORADIAN 2013

기술

600개 운영체제를 한 번에 체험하는 법: 저장공간 127GB를 추억에 바치면 된다

The Virtual OS Museum은 박물관 대신 에뮬레이터와 집착을 준비했다.

The Virtual OS Museum은 600개가 넘는 운영체제를 데스크톱에서 에뮬레이션으로 돌려보게 해주는 프로젝트다. 이름은 박물관이지만 실제 공간은 없고, 1,700개가 넘는 설치본을 250개가 넘는 플랫폼에 걸쳐 내려받게 하니, 전시 대신 파일 관리부터 시작하는 점이 대단히 교육적이다.

이 작업은 개발자이자 OS 역사가인 앤드루 워켄틴이 2003년부터 천천히 쌓아 올린 결과물이라고 한다. 한 사람이 20년 넘게 운영체제 이미지를 모았다는 사실은 분명 집념의 승리지만, 동시에 컴퓨터 앞에서 시간을 어떤 방식으로 증발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매우 구체적인 시연이기도 하다.

범위는 1948년의 Manchester Baby부터 2011년 초기 안드로이드 빌드까지 이어진다. 거의 컴퓨팅의 전 역사를 훑는다는 말은 그럴듯하지만, 연대기가 길다고 자동으로 편안해지는 것은 아니며, 연대기 전체를 직접 부팅해보겠다는 계획은 대개 정상적인 취미 생활의 반대편에 있다.

더 훌륭한 부분은 용량이다. 모든 이미지를 포함한 전체판은 압축해도 127GB이고, 라이트 버전도 필요할 때 내려받는 방식인데 14GB다. 도서관이라고 해놓고 책 대신 서가 전체를 통째로 택배 보내는 방식과 비슷한데, 적어도 이쪽은 자신이 왜 하드디스크를 비우는지 끝까지 잊지 않게 해준다.

이 프로젝트는 윈도우 95의 영광을 다시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도 괜찮은 선택지로 소개된다. 참으로 자비롭다. 과거의 불편을 현재의 저장공간과 에뮬레이션 설정까지 얹어 다시 체험하게 해주니, 향수에 굳이 마찰력을 추가하는 서비스라고 부르면 되겠다.

물론 실물이 없다는 점은 장점일 수 있다. 입장권도 없고 폐관 시간도 없으며, 바탕화면에서 바로 오래된 운영체제와 씨름할 수 있으니 관람 동선은 놀라울 만큼 효율적이다. 다만 박물관이 아니라는 사실을 먼저 해명해야 하는 박물관이라면, 이미 절반쯤은 전시품이 아니라 농담에 가깝다.

결국 The Virtual OS Museum은 역사 보존과 개인적 집착이 아주 성실하게 결합한 결과물이다. 그래서 더 우스운데, 127GB짜리 추억 꾸러미를 내밀면서도 이걸 가벼운 호기심처럼 포장하려 들면 멍청하기 짝이 없다. 이건 둘러보는 서비스가 아니라, 운영체제의 무덤을 정중하게 발굴해 집 컴퓨터에 다시 묻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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