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LORADIAN 2013

헛소리

룸메이트 살인부터 150년 포털까지 깔아놓고 ‘아무것도 모르고 읽어달라’는 소설

카일리 리 베이커의 『Japanese Gothic』은 설정을 과식한 뒤, 독자에게 감상만 우아하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카일리 리 베이커의 소설 『Japanese Gothic』은 고어, 가정폭력, 자해, 정신질환에 대한 경고를 단 뒤 가능한 한 적은 정보를 알고 읽으라고 권하는 작품이다. 그런데 실제로 드러난 내용은 2026년 NYU 학생 리 터너, 룸메이트 살해, 일본 도피, 거의 150년을 가로지르는 포털, 12살 때 실종된 어머니, 그리고 더 꿈같은 결말이다. 비밀을 아끼는 소설이라기보다 비밀을 너무 많이 실어놓고 독자에게 정숙한 감상을 요구하는 소설에 가깝다.

리 터너는 2026년의 NYU 학생이고, 룸메이트를 죽인 뒤 아버지에게 가기 위해 일본으로 떠난다. 첫 설정부터 이미 다른 작품이면 마지막 반전에 쓸 재료를 당당히 선불로 꺼내 놓는다. 시작이 이렇게 과한데도 아직 초반이라는 사실이야말로 이 책이 싫어할 문장이다.

여기에 센의 가족이 검양치식물 뒤 집으로 피신했던 과거와, 거의 150년 뒤 리의 현재를 잇는 포털까지 열린다. 고딕 소설이 보통 저택 하나, 집안 비밀 하나로도 충분히 사람을 괴롭히는데, 이 작품은 거기에 시간 연결 장치까지 얹어 개판인 욕심을 품었다. 서랍마다 다른 비밀을 밀어 넣은 이사 박스처럼, 열 때마다 정리가 아니라 추가 적재가 나온다.

리는 그 포털 너머의 인물을 통해 자신이 12살일 때 실종된 어머니의 행방을 알아내려 한다. 살인, 도피, 아버지, 실종된 어머니, 세대 간 연결까지 한데 묶어 놓고도 독자에게는 적게 알고 들어오라고 하는 태도는 멍청하기 짝이 없다. 메뉴판을 펼치자마자 전 코스를 입에 쑤셔 넣은 다음, 이제부터는 미묘한 향을 느껴보라고 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작품의 진실은 마지막에 드러나지만, 그 결말은 소설의 다른 부분보다도 더 꿈같게 느껴진다고 한다. 정리를 해야 할 타이밍에 더 몽롱해졌다는 말은, 적어도 이 소설이 명료함과 화해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일관적이다. 흐릿함을 미학으로 부르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안개를 한 겹 더 씌운 것에 불과할 때가 많다.

게다가 이런 복잡한 서사는 덜한 작가의 손에 들어갔다면 불필요하게 혼란스러웠을 것이라는 평가까지 따라붙는다. 참 고맙다. 혼란은 그대로인데 작가의 역량을 먼저 신뢰하라는 선결 조건까지 붙으니, 이제 독자는 읽기 전에 이해심부터 챙겨 와야 한다. 숫자가 빠진 덕분에 반박당하지 않는 발표처럼, 이 소설은 정리되지 않은 과잉을 재능이라는 포장지로 감싼다.

물론 어떤 독자에게는 이 모든 것이 아름답고 그로테스크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룸메이트 살인, 150년 포털, 12살의 실종, 더 꿈같은 결말까지 벌여 놓고 ‘아무것도 모르고 읽어달라’고 말하는 순간 마지막 변명은 끝난다. 모를수록 좋은 작품이 아니라, 알고 나면 너무 많이 넣었다는 사실이 더 선명해지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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