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LORADIAN 2013

시장

휴전은 몇 번이나 늘렸는데, 트럼프는 아직도 이란의 ‘자존심’만 진단하고 있다

전쟁 3개월 차 설명이 성격 분석 수준으로 내려오면, 남는 건 일정 없는 자신감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 NBC 인터뷰에서,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가 아직 나오지 않은 이유를 이란의 "강하고 자존심이 강한" 성격으로 설명하며 결국에는 협상에 응할 수밖에 없고 시간이 조금 걸릴 뿐이라고 말했다. 표적은 명확하다. 여러 차례 연장된 휴전과 계속된 공습 앞에서도 사태를 상대의 기분 문제처럼 정리해버리는 트럼프의 이란 협상 화법이다.

그는 이란이 "결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도 말했다. 그런데 그렇게까지 몰렸다는 상대와 아직도 합의가 안 나온 이유를 다시 "자존심"으로 설명하면, 이건 외교 분석이 아니라 일정표 대신 성격유형 검사를 내민 수준이다. 복잡한 전쟁을 심리 묘사 두 줄로 접어버리는 방식은 간편하긴 해도 멍청하기 짝이 없다.

이어 트럼프는 "결국 그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으며, 다만 시간이 조금 걸릴 뿐"이라고 했다. 참으로 훌륭한 문장이다. 선택의 여지는 없다고 단정하면서 시간은 얼마든지 늘릴 수 있으니, 내용은 단단한 척하고 검증은 영원히 유예된다. 숫자와 조건이 빠진 덕분에 발언은 반박당하기 어려운 깨끗한 공허함을 유지했다.

문제는 현실이 그 공허함에 전혀 협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4월 체결된 휴전은 여러 차례 연장된 상태이고, 최근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는 양측이 공습을 주고받으며 긴장이 다시 고조됐다. 휴전을 계속 늘리면서 곧 합의될 것이라고 말하는 태도는, 문이 계속 열리는 냉장고 앞에서 냉기가 남아 있으니 관리가 잘 되고 있다고 우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제품이 아니라 상황이 거지같은데, 설명만 늘 침착하다.

트럼프는 또 이란 지도부를 겨냥해 그들이 47년 동안 싸워왔고 미국인들을 살해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러고는 자신이 이제 전쟁 3개월 차에 들어섰는데 사람들이 언제 승리하느냐고 묻는다며, 베트남전은 19년 동안 지속됐다고 말했다. 전쟁의 진척을 묻자 19년짜리 비교표를 꺼내는 건 성적표를 요구받고 옆 반의 더 긴 낙제를 들이대는 변명과 비슷하다. 기준을 바닥으로 내리면 뭐든 조급하지 않아 보이는 법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란의 미사일 보유량이 전쟁 초기 대비 약 21~22%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렇게 줄었다는 수치를 직접 내놓고도 전쟁은 끝나지 않았고, 협상은 여전히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한다. 줄어든 미사일까지 자랑처럼 말했는데 결론이 또 기다림이라면, 그 설명은 전략이라기보다 자기위안의 정장 차림이다. 이 정도면 마지막 변명도 없다. 휴전은 연장됐고 공습은 오갔고 합의는 아직 없는데, 자존심 탓만 반복하는 건 분석이 아니라 뻔뻔한 헛소리다.

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