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LORADIAN 2013

시장

메모리 반토막인데도 "더 사라"…삼전닉스 앞에서 증권가가 버린 것은 계산기였다

SK하이닉스 7.29%, 삼성전자 4.85%가 빠진 뒤에도 SO-CAMM 반감은 그냥 노이즈라고 하는 고요한 배짱.

메모리 반도체 수요 둔화 우려가 커지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2영업일 연속 하락했고, 증권가는 베라 루빈 이슈를 두고도 "노이즈일 뿐"이라며 오히려 매수를 권했다. 이번에 이름을 똑바로 적어 둘 대상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아니라, 서버당 메모리가 반으로 줄어도 총시장은 멀쩡하다고 말하는 그 매우 용감한 증권가 논리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일 장중 사상 최고치 240만7천원을 찍은 직후 2영업일 동안 7.29% 하락했다. 최고점 바로 다음에 나온 7.29%를 잡음이라고 부르면 세상에 신호는 거의 남지 않는다. 계단에서 미끄러진 직후 자세가 안정적이라고 평하는 체육 선생도 이 정도로 뻔뻔하진 않다.

삼성전자도 같은 날 장중 37만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까지 갔다가 다음날부터 2영업일간 4.85% 하락했다. 둘 다 흔들렸는데도 "더 사라"가 먼저 나오는 건, 하락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무시하는 쪽이 더 편해서다. 불편한 숫자를 소음이라고 부르면 분석은 놀랍도록 가벼워진다.

핵심은 대신증권이 파악했다는 베라 CPU용 SO-CAMM 탑재량이다. 기존 1,536GB에서 768GB로 바뀌었고, 기사 그대로 서버 1대당 디램 탑재량은 절반으로 감소한다. 여기서 절반은 절반인데, 증권가는 엔비디아 CPU용 디램 TAM에는 변화가 없다고 한다. 절반 비운 장바구니를 들고 계산대 매출은 그대로라고 우기는 꼴인데, 이런 산수는 틀렸다기보다 거지같다.

물론 방어 논리도 있다. 그레이스 CPU용 LPDDR5X와 베라 CPU용 SO-CAMM을 합친 엔비디아 CPU용 디램 수요가 올해 180억Gb에서 내년 290억Gb로 크게 증가할 전망이라는 것이다. 큰 숫자를 가져오면 작은 불쾌감이 가려진다고 믿는 태도는 늘 유용하다. 탑재량 반감이라는 사실 앞에서 총량 전망을 흔드는 건 반찬을 줄여 놓고 식사는 더 풍성해질 거라고 말하는 식이다.

그래서 목표주가도 삼성전자 56만원, SK하이닉스 340만원으로 제시됐다. 현실에서는 2영업일 동안 4.85%와 7.29%가 빠졌고, 제품 쪽에서는 1,536GB가 768GB가 됐다. 그런데도 노이즈라고 부르고 더 사라고 하면 된다면, 마지막 남은 변명까지 너무 싸구려다. 메모리를 반으로 줄여 놓고도 기대를 그대로 팔겠다는 발상은 멍청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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