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LORADIAN 2013

기술

여름방학을 담았다더니 결국 벌레 싸움뿐인 게임, 카부토 파크의 당당한 축소판 선언

스위치와 엑스박스에 나온 ‘여름의 정서’가 가장 열심히 하는 일은 전투다.

Kabuto Park는 스위치와 엑스박스로 나온 벌레 배틀 게임으로, 여름방학의 덧없는 기쁨을 붙잡았다는 평가와 함께 소개됐다. 다만 이 작품에서 분명하게 확인되는 핵심은 여름 자체보다 전투이며, 표적은 분명하다. 바로 여름을 팔면서 대부분의 액션을 싸움에 넣어둔 게임, Kabuto Park다.

이 게임은 기사에서 ‘포켓몬의 미니어처 버전’으로 설명된다. 보통은 장르의 친절한 안내처럼 들리겠지만, 여기서는 애초에 크게 해볼 생각이 없었다는 점을 우아하게 실토한 문장에 가깝다. 제품에서 제품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팽창 욕심을 제외하면 발표는 상당히 단정하다.

더 노골적인 대목은 따로 있다. 제공된 정보에서 가장 구체적인 플레이 설명이 ‘대부분의 액션은 전투에서 벌어진다’는 것이다. 여름방학의 희미한 기쁨을 말해놓고 실제 활동표를 펼치니 벌레 싸움이 대부분이라면, 방학 일기를 펼쳤더니 매 페이지가 같은 곤충 시합 기록인 셈이다.

물론 이것을 장점으로 읽는 방법도 있다. 여름이란 원래 짧고, 덧없고, 금방 끝나니 게임도 그 감정을 본받아 내용의 폭을 미리 줄였다고 보면 된다. 숫자가 거의 없는 덕분에 얼마나 깊은지 따질 일도 없다. 아직 많이 약속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망도 효율적으로 관리된다.

기사는 Dragon Warrior III를 들고 뜨거운 차 뒷좌석에 앉아 있던 기억, basement에서 Gran Turismo를 갈아 넣던 기억을 여름의 감각으로 끌어온다. 그런데 Kabuto Park가 그 거대한 개인적 계절감을 받아서 실제로 내놓는 것이 ‘벌레 배틀 중심의 미니어처 포켓몬’이라면, 수박 사진을 내걸고 막상 건네는 것은 작은 배틀 아레나 입장권에 가깝다. 등신같이 행동하는 건 추억이 아니라, 그 추억을 이렇게 좁게 환원해도 충분하다고 믿는 설계다.

스위치와 엑스박스에 나왔다는 사실은 분명 유통의 성실함을 보여준다. 다만 두 플랫폼에 동시에 놓였다고 해서 여름이 갑자기 넓어지지는 않는다. 여름방학을 잡겠다고 나와서 결국 싸움이 거의 전부라면, 이 게임은 계절을 포획한 것이 아니라 계절 복장을 입은 전투 메뉴를 제출한 것이다. 마지막 변명까지 치우면 남는 말은 하나다. 여름을 말했으면, 최소한 여름이 벌레 배틀의 장식품처럼 보이지는 말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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