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LORADIAN 2013

시장

고용이 너무 좋아서 시장이 울었다…AI 반도체는 8% 넘게 먼저 쓰러졌다

실적도 아니고 침체도 아니었다. 이번엔 '경제가 멀쩡하다'는 사실이 성장주의 멱살을 잡았다.

5일 미국 동부시간 뉴욕증시에서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했고, 특히 AI·반도체 관련주가 매도를 정면으로 맞았다. 미국 5월 비농업 고용이 예상치를 크게 웃돌자 금리 인상 베팅이 강해졌고, 그 결과 뉴욕증시의 AI·반도체 중심 투자심리는 기대하던 미래 대신 오늘의 금리 앞에서 먼저 부러졌다.

가장 체면을 구긴 쪽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였다. 이 지수는 8% 넘게 폭락하며 작년 4월 이후 최악의 하루를 보냈는데, 그렇게 대단하다는 AI 서사가 고용지표 한 장 앞에서 접힌 것이다. AI와 반도체에 몰렸던 믿음은 비가 오자 바로 지워진 분필 낙서처럼 얇았다.

나스닥 종합지수는 1,121.53포인트, 4.18% 내려 25,709.43에 마감했다. 온갖 성장의 언어를 독점해 오던 시장이 막상 금리 가능성 하나에 이렇게 주저앉는다면, 그 낙관은 혁신이라기보다 싼 돈에 기대 누워 있던 자세 교정 실패에 가깝다.

S&P 500지수도 200.57포인트, 2.64% 급락한 7,383.74로 밀렸다. 반도체 쪽 투매가 시장 전반의 투자심리까지 꺾였다는 뜻인데, 결국 "광범위한 자신감"이라는 포장지를 벗기면 몇몇 인기 섹터에 기대 버티던 개판이었음을 숫자가 직접 설명해 준 셈이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695.15포인트, 1.35% 하락한 50,866.78에 마감했다. 같은 날 다우보다 나스닥이 훨씬 더 세게 맞았다는 사실은 공포가 어디를 노렸는지 지나치게 친절하게 보여준다. 다우가 덜 빠진 것을 두고 시장의 균형감각이라고 칭찬할 수도 있겠다. 불이 난 집에서 현관문만 멀쩡하다고 구조적 안정성을 자랑하는 식의 칭찬이지만 말이다.

이번 하락의 원인은 경기 침체도, 실적 붕괴도 아니라 고용이 예상보다 강했다는 점이다. 경제가 멀쩡하다는 소식이 주가에는 악재가 되는 이 멍청하기 짝이 없는 번역 체계가 바로 지금 시장의 수준이다. 고점 부담 위에 금리 공포를 얹어 놓고도 여전히 성장 신앙을 팔 수 있다고 믿었다면, 이제는 마지막 핑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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