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LORADIAN 2013

시장

AI 수혜는 일본에 숨어 있다더니, 32% 오른 닛케이를 ‘덜 올라서 더 좋다’고 파는 바클레이즈의 계산서

한국의 절반 이상은 위험이고 일본의 상위 10개 45%는 분산이라는 설명은, 숫자보다 태도가 먼저 움직인다는 뜻이다.

바클레이즈는 3일(현지시간) 아시아 AI 투자 수혜주를 찾는 투자자에게 한국과 대만보다 일본 증시가 더 나은 위험 대비 수익 기회를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조롱의 대상은 분명하다. 바클레이즈의 이 보고서는 시작부터 “최고의 AI 투자 가치는 일본에 숨어 있을 수 있다”고 했는데, 투자 아이디어를 제시한다기보다 못 찾으면 남이 둔해 보이게 만드는 문장부터 꺼냈다.

이 표현은 지나치게 영리한 척하면서도 꽤 비겁하다. 좋으면 좋다고 말하면 될 일을 굳이 “숨어 있을 수 있다”로 처리했으니, 성과가 또렷하지 않다는 사실 자체를 시적 안개로 덮은 셈이다. 불을 켜면 바로 보일 성적표를 커튼 뒤에 숨겨 놓고 보물찾기라고 부르는 식이다.

바클레이즈는 일본 닛케이225가 올해 약 32% 상승했고 한국과 대만 증시 상승률에는 못 미쳤지만 업종 분산 효과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덜 오른 시장을 더 나은 기회라고 부르는 일은 월가가 늘 하던 일이라 새롭지도 않다. 숫자가 불편할수록 서사는 우아해진다. 이번에도 성적이 뒤처진 쪽이 갑자기 더 세련된 선택처럼 꾸며졌다.

더 우스운 대목은 집중도 계산이다. 코스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이라 취약하고, 대만 가권지수는 TSMC 비중이 약 40%라 불안하다고 짚었다. 그런데 닛케이225는 상위 10개 종목 비중이 약 45%인데도 특정 종목 집중도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했다. 40%와 45%를 저울에 올려놓고 더 무거운 쪽이 더 가볍다고 말하는 백화점식 분산 이론인데, 이렇게까지 태연하면 오히려 개판인 계산을 품위로 착각하게 된다.

바클레이즈의 변명도 준비돼 있다. 일본은 메모리 반도체나 파운드리 같은 특정 분야에 집중되지 않고 AI 공급망 전반에 걸쳐 투자할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물론 한 분야의 명확한 승자 대신 여러 분야에 넓게 걸쳐 있다는 말은 듣기 좋다. 다만 그렇게 넓게 펼쳐 놓고도 상위 10개가 45%를 차지한다면, 그 분산은 정교한 설계라기보다 넓게 흩어진 집중일 뿐이다.

결국 이 보고서가 하는 일은 단순하다. 한국과 대만의 집중은 위험이라며 엄격한 교사를 자처하고, 일본의 45%는 분산이라며 갑자기 상담 교사처럼 부드러워진다. 일본이 매력적일 수 있다는 주장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32% 상승과 45% 비중을 들고 와서 남의 40%와 절반 이상만 유난히 크게 혼내는 태도다. 숫자는 그대로인데 판정만 바뀌었다면, 마지막 남은 설명은 분석이 아니라 편애였다는 것뿐이다.

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