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LORADIAN 2013

시장

스페이스X의 1조8천억달러, 모닝스타 계산기 앞에서 절반도 못 남았다

로켓은 95% 싸게 쏘았다지만 IPO 희망가는 할인 기능이 고장 난 모양이다.

기업공개를 앞둔 스페이스X의 1조8천억달러 목표 기업가치에 대해, 모닝스타가 3일 공정평가액을 7천800억달러로 제시했다. 이번에 조롱을 받아야 할 대상은 스페이스X의 기술이 아니라 그 가격표다. 회사는 우주를 쏘아 올렸지만 희망가는 계산기를 궤도 이탈시켰다.

모닝스타의 니콜라스 오웬스 애널리스트는 현금 할인 모델로 로켓 발사와 스타링크 위성 사업을 6천110억달러로 평가했다. 핵심 사업을 아예 무시한 것도 아닌데 결론이 '그래도 너무 비싸다'라면, 문제는 숫자가 보수적인 게 아니라 희망가가 멍청하기 짝이 없다는 데 있다. 메뉴는 괜찮은데 계산서가 갑자기 건물 매매계약서가 된 셈이다.

더 정교한 부분은 AI 사업 1천700억달러 평가다. 모닝스타는 이 값을 '확률 가중 시나리오'에 기반해 붙였다. 불확실한 계획에도 숫자를 달아준 이 정도면 상당히 예의 바른 대우인데, 그 위에 1조8천억달러를 얹어 받겠다고 하면 예의가 아니라 거지같은 자신감이 된다.

야후파이낸스는 이 평가를 사실상 IPO 가격에 사지 말라는 전언으로 풀이했다. 상장을 앞둔 회사가 듣기 싫어할 문장치고는 지나치게 정확하다. 보통 이런 자리에서는 '장기 성장성' 같은 연막이 나오는데, 이번에는 그냥 기다리면 더 싸질 수 있다고 했다. 이쯤 되면 공모 흥행 문구가 아니라 할인 예고문이다.

오웬스는 스페이스X가 상당히 과대평가됐고, 투자자들이 IPO 후 더 매력적인 가격에 매수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 전에 가장 듣기 싫은 두 문장을 굳이 고르면 바로 이것일 것이다. 지금 사지 말고 나중에 사라는 조언은 분석의 탈을 쓴 모욕이고, 그것도 아주 실용적인 모욕이다.

더 웃긴 건 스페이스X가 실적 없는 공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작년까지 지구에서 궤도로 발사된 전체 질량의 83%를 차지했고 발사 비용도 95% 이상 절감했다. 이런 숫자를 들고도 시장에서 '그래서 더 비싸게 받아야 한다'가 아니라 '그래도 1조8천억달러는 아니다'라는 답을 들었다면, 기술 문제가 아니라 가격표가 개판인 것이다. 좋은 로켓이 과한 밸류에이션까지 자동 정당화해주지는 않는다.

결국 이번 평가는 스페이스X가 형편없는 회사라는 말이 아니라, 훌륭한 회사도 너무 비싸면 그냥 너무 비싸다는 상식의 복귀다. 핵심 사업 6천110억달러, AI 1천700억달러, 총 7천800억달러라는 숫자 앞에서 1조8천억달러를 계속 부르는 건 대담함이 아니라 마지막 변명까지 선예약하는 행동이다. 이번 IPO를 피하라는 말이 무례해서가 아니라, 너무 구체적이라서 더 아프다.

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