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LORADIAN 2013

기술

발사 전에도 재건 일정부터 묻는 로켓, 블루 오리진은 드디어 진짜 우주기업처럼 보였다

뉴 글렌은 달을 향하기 전에 먼저 자기 발사대를 얼마나 오래 비울지로 존재감을 증명했다.

블루 오리진은 5월 28일 플로리다에서 뉴 글렌 관련 정적 연소 시험을 진행한 뒤 발사대 재건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가 공개적인 관심사가 됐다. 표적은 분명하다. 더 높은 발사 빈도를 향해 가야 할 뉴 글렌 프로그램이, 지금은 먼저 자기 땅을 얼마나 오래 다시 깔아야 하는지로 주목받고 있다.

이 대목이 특히 우아한 이유는, 거의 10년 전 2016년 9월 플로리다에서 팰컨 9 정적 연소 준비 중 벌어진 AMOS-6 사고가 곧바로 비교 사례로 호출됐기 때문이다. 그때는 로켓과 발사장 상당 부분, 그리고 이미 탑재돼 있던 위성까지 화염구 속으로 사라졌고, 블루 오리진은 참으로 대담하게도 우주기업의 가장 민망한 연표에서 익숙한 장면을 다시 꺼내 들었다.

당시 발사 지휘 콘솔에 앉아 있던 존 무라토레가 회상한 건 갑작스럽고 격렬한 폭발이었고, 이번 기사에서는 한스 쾨니히스만이 뉴 글렌 영상을 보고 AMOS-6의 흉터가 간지러웠다고 말할 정도였다. 남의 재난 기억을 소환해 현재 상태를 설명해야 하는 로켓이라면, 기술 성숙도보다 트라우마 재현도가 먼저 돋보인다는 뜻이다.

블루 오리진은 아직 뉴 글렌 실패 원인을 공개적으로 설명하지 않았고, 바깥에서는 7기의 BE-4 주 엔진 중 하나의 이상 가능성에 시선을 두고 있다. 숫자와 원인이 빠진 덕분에 회사 설명은 누구에게도 정확히 반박당하지 않는 놀랍도록 깨끗한 상태를 유지한다. 시험지를 태워 놓고 채점 기준부터 토론하는 장면치고는 제법 침착하다.

문제는 이 프로그램이 한가한 취미가 아니라는 점이다. 기사에 따르면 과거 팰컨 9이 그랬듯 뉴 글렌 역시 더 높은 발사 cadence를 눈앞에 두고 있었고, 오늘의 NASA는 이 로켓을 달 구상의 핵심 요소로 계산하고 있다. 달 탐사의 핵심 수단이라며 소개해 놓고 곧바로 발사대 재건 시계를 들여다보는 모습은, 마라톤 주자를 소개하면서 먼저 깁스 교체 주기를 설명하는 것과 비슷하다. 멍청하기 짝이 없는 그림인데도, 적어도 주제는 선명하다.

기사 속 표현을 빌리면 모두가 있고 싶지 않은 자리에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자리를 가장 성실하게 만든 쪽은 남들이 아니라, 정적 연소 시험 뒤에 발사보다 공사 기간이 먼저 화제가 되게 만든 블루 오리진 자신이다. 원인도, 복구 일정도, 자신감도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달 이야기를 계속 붙드는 건 개판인 현실에 금테를 두르는 일일 뿐이다.

이쯤 되면 마지막 변명도 어렵다. 뉴 글렌은 아직 우주로 얼마나 자주 오를지보다, 지상에서 얼마나 오래 멈춰 설지가 더 설득력 있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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